땅을 살리는 농업, 너와 우리 그리고 지구와 공존하는 일
농업회사법인 내포㈜ 엄청나 이사
들녘이 일터인 사람에게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수많은 문제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심각하게 다가온다. 때가 되면 자라야 할 식물이 더 이상 자랄 기미를 보이지 않고, 꽃에서 꽃으로 꽃가루를 운반하는 꿀벌이 사라져 작물의 수확량이 급감하게 되며, 이러한 결과는 들녘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에게 생계를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즉, 기후변화는 환경 문제를 넘어 땅을 일궈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기반을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산에서 나고 자란 농업회사법인 내포㈜(이하 내포주식회사) 엄청나 이사는 그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직시해 온 한 사람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에 깊이 고민하고 실천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땅에 위협을 가하지 않고, 사라진 꿀벌이 되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며, 더불어 인간으로부터 생산된 제품들이 지구에 해가 되지 않도록.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함께 살아 가는 사람이 더불어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그것이 바로 엄청나 이사가 내포주식회사를 운영하며 우리와 지구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다.
Q. 내포주식회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13년에 쌀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후 직접 쌀을 팔아 보자며 예산군농민회를 주축으로 2015년에 예산 지역 주변 기업들과 쌀을 공동으로 판매하는 일을 모색했는데, 이미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어서 이 역시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가공 사업으로 눈길을 돌렸죠. 당시만 해도 식용유는 100% 수입한 콩으로 가공됐기 때문에 우리는 유채 씨앗을 이용한 식용유 가공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약 30만 평에 유채 꽃밭을 조성하고, 유채를 이용한 식용유 가공을 시도했지만 쉽지가 않더라고요. 밭을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고, 다른 식물과의 교잡도 일어나고요. 결국 2년 만에 포기하게 됐죠. 그러다 우연히 주변 농가를 둘러보니 들깨와 참깨 농사를 많이 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참깨와 들깨를 활용해 참기름과 들기름을 생산해 보자는 생각으로 내포주식회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참기름과 들기름 판매는 어땠어요?
첫해인 2020년에 코로나가 터졌어요. 직거래 장터가 활기를 띠던 때였는데, 코로나로 팔 곳도 사겠다는 곳도 없었죠. 판매량이 정말 미미했어요. 농사까지 지으며 열심히 만들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온라인 판매로 판로를 변경했어요. 그렇게 판매 전략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초창기에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이후 코로나가 끝나고 온라인에서 저변을 넓혀둔 덕에 직거래 장터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참기름과 들기름 가공에 앞서, 지역 농민들이 재배한 참깨∙들깨를 비싼 가격에 수매한다고 들었어요.
내포주식회사를 운영하는 가장 큰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함께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커요. 그래서 깨 생산 농민들에게 공정한 가격으로 깨를 수매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어쨌든 다 같이 잘 사려면 농민들에게 최소한의 생산비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무엇보다 그래야 좋은 깨를 생산해 주시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깨를 생산할 때 꼭 유기 농법으로 재배해달라고 부탁을 드리고는 해요. 특히 제초제를 사용하지 말라고 말씀드립니다. 대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비닐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Q.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내포주식회사가 지향하는 농업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땅을 살리는 농업입니다. 농사를 짓다 보면 기후변화가 절실하게 느껴져요. 지금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면 우리의 일터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유기 농법을 고수하는 일은, 곧 우리의 일터를 지키는 일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참기름과 들기름을 생산하는 과정과 공정을 모두 친환경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Q. 어떤 부분을 친환경적으로 하나요?
먼저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 동네에서 박스를 수거하시는 어르신들께 깨끗한 박스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드리며, 장당 100원을 드리겠다고 약속했어요. 이렇게 수거한 박스나 신문지를 활용해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쿠션 포장지를 만들어 상품을 포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참기름과 들기름을 짜내고 난 후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름을 활용해 ‘설거지 바’도 만들고 있어요. 만들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설거지 바는 대부분 수입 제품이더라고요. 그래서 국산이면서 환경에 해롭지 않은 설거지 바를 만들게 됐습니다. 설거지 바를 사용하면 고무장갑을 안 껴도 된다면서 어르신들이 매우 좋아하셨어요. 이와 함께, 설거지 바와 같이 사용하면 좋을 수세미도 생각하게 됐어요. 천연 수세미는 농민들이 직접 재배해 생산한 토종 수세미예요. 수세미를 제조하는 과정에서는 농민들에게 소일거리도 제공하고 있어요.
Q. 어떤 소일거리예요.
수세미를 가위로 재단하고 손으로 직접 박음질하며, 삼베로 마감 처리하는 작업을 맡고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삼베 수세미’입니다. 요즘은 양말을 만들고 남은 천 자투리인 양말목을 활용해서 기름을 포장하는 ‘그물주머니’도 만들고 있어요. 이 작업 역시 모두 이 지역 어르신들이 직접 담당하고 계세요. 이처럼 내포주식회사는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습니다.
Q.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 ‘함께 잘 살고 싶다’는 가치를 충실히 실현하고 계신데요. 충남도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을 운영하면서, 도에서 지원하는 사업에도 참여하셨고 또 우수사례로도 선정되셨다고 들었어요. 그 지원들이 내포주식회사가 성장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여러 사업에 참여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중 하나가 충남도 (예비) 사회적기업 일자리창출사업입니다. 충남도의 지원이 없었다면 일자리 창출이 어려웠을 거예요.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일자리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고, 고령의 어르신들을 고용하게 되면서 내포주식회사의 비누∙수세미∙그물주머니 등을 만들 수 있었어요. 일반 기업에서는 인건비 문제로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사회적경제기업이었기에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죠. 덕분에 예산 지역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경제적인 도움도 드릴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작년 한 해 사회적경제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겪었는데, 충남경제진흥원의 TV홈쇼핑 입점지원사업 덕분에 판로를 다양하게 개척할 수 있었어요. 온라인 채널뿐만 아니라 홈쇼핑까지 판로를 개척해 준 덕분에 판매량도 높아졌어요. 특히 그런 과정에서 홈쇼핑에 내포주식회사의 기름을 판매할 기회도 얻었어요. 그때 미쉐린 1스타 윤서울의 김도윤 셰프님이 함께 참여하셔서 제품을 소개해 주셨는데, 그런 덕에 주문이 폭주하기도 했어요. 이후에도 고맙게도 셰프님 레스토랑에서 꾸준하게 내포주식회사의 제품을 사용해 주고 계세요.
무엇보다 가장 큰 도움은 생산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처음에는 농민들과 협력하여 생산하는 과정이 전부 자체 비용으로 이뤄졌어요.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런데 충남도 농업과 기업 간 연계강화사업을 통해 생산자들과 함께 농사짓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해주셨어요. 예를 들어 생분해 비닐 사용, 공동 파종, 공동 육묘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생산 과정이 더욱 안정적이게 되었고, 좋은 묘를 길러 품질 좋은 들깨를 생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사회적경제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앞서 이야기 해드린 것처럼,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함께 잘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국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깨를 수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농민들이 선별 작업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내포주식회사 한 켠에 선별기도 구비해 뒀어요. 선별 작업이 굉장히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이를 더 쉽게 작업하실 수 있도록 큰 비용을 들여 투자한 거예요. 그냥 함께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2020년에 내포주식회사와 함께 일했던 어르신들이 아직도 계속해서 함께 일하고 계세요. 저는 그런 생산자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포주식회사만의 언어로 투박하지만 진실함을 담아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해요.
Q. 인스타그램에서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세요.
생산자가 거의 100명 가까이 돼요. 그런 생산자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어떻게 농사짓는지 등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있어요. 그물주머니를 짜는 모습이나 들깨를 생산하는 과정 등,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만든 유일한 것들을 세상에 들려주고 싶어서 그들의 진심을 인스타그램에서 나누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매년 내포주식회사는 성장해 오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산자가 수매를 바라며 찾아오지만, 그만큼 내포주식회사의 책임도 뒤따르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더 많은 생산자와 함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충남 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24년 매거진 <사경꿀.zip> 2호 '충남 사회적경제기업을 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