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2025 카탈로그 <설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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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작성
교정교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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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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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기간
2024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결국 하고 말았다. 고생했지만 또 에디터 인생에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많이 잘한 건 아니니까 반 획 정도.
많은 카피를 쓰고 버렸고 쓰고 버렸고, 결국에는 다 버려졌다.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인터뷰 기사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없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없다.
만들면서 시간에 대해서 정말 많이 생각하게 됐다. 주어진 시간은 맨날 임박하고, 하루는 고작 24시간이고, 일주일은 7일밖에 없고, 나는 한 명이고. 정말 정신이 없어서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다. 버스터미널 대합실에 밥줄인 노트북도 두고 왔을 정도니까. 그래도 다시 찾기는 했다. 노트북도 잃어버리고 정신은 맨날 딴 데 가 있을 정도로 꽤나 고생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아이묭이랑 바운디 보러 일본에도 다녀오고, 왕년의 오빠 현역에 아직 실존하는 오빠 하이도 오빠도 보고 왔다.
시붕이(시붕이는 나의 똥차 210만 원짜리 08년식 모닝이다.)보다 더 비싼 굴비 가격에 입이 떡 벌어지기도 했고, 국내에 오로지 한 세트밖에 안 들어온다는 억대 급 위스키 구성도 처음으로 보고, 이 상품이 무슨 상품인지 알 수 없는 아리까리한 영문명의 상품들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던 수많은 브랜드와 상품을 이번에 다 봤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상품들이 많고, 또 이런 거 사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런 책 만드는 시장도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나름 나도 하이엔드로 올라가나 싶었지만 그게 다였다. 그냥 나는 딱 시붕이만큼만의 환경과 분위기와 주제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인쇄 넘기고 축제의 의미로 이마트 편의점에서 늘 마시던 한 병에 5,900원 하는 375ml짜리 G7 대신 한 병에 16,800원 하는 투썩 점퍼 450ml짜리 와인을 사서 마셨다.
힘들긴 했지만 서울에서 대전에 있는 나에게 이 책을 만들 기회를 주고 전적으로 믿어주고 응원해 준 담당자에게 감사하다.